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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기반한 공동사업으로 조합원사 동반성장 구조 만들 것”

중소기업협동조합의 성패는 공동사업에 달려있다. 지금까지 협동조합의 공동사업은 대부분 공동구매와 판매를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색다른 공동사업을 추진해 눈길을 끄는 조합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2년 전 중기중앙회가 공동사업 활성화를 위해 도입한 ‘공동사업 전담주치의’ 컨설팅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중소기업뉴스>는 이러한 변화를 선도하는 협동조합들을 만나 그 현장을 직접 들여다봤다.

인천표면처리협동조합은 2022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인천시, 서구의 지원을 받아 연구소 내에 공동기반시설을 구축했다.	[중소기업중앙회]
인천표면처리협동조합은 2022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인천시, 서구의 지원을 받아 연구소 내에 공동기반시설을 구축했다. [중소기업중앙회]

인천표면처리협동조합(이사장 이영규)은 국내 제조업의 핵심 공정이지만 유해물질 관리가 까다로운 표면처리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설립됐다. 2013년 출범 이후 조합은 인천 서구 오류동 검단산업단지 내 인천표면처리지식산업센터에 입주한 120개 조합원을 중심으로 산업 특화 인프라와 공동사업을 추진하며 소공인 경쟁력 향상에 힘써왔다.

 

데이터 기반 정량화·표준화

조합은 제조업 경쟁력과 근로자 안전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해 산업 집적화 전략을 택했다. 2017년 인천 서구 검단산단에 준공된 ‘인천표면처리지식산업센터’는 지하 1층에서 지상 8층, 연면적 15만㎡ 규모의 아파트형 공장으로, △친환경 폐수처리장 △대규모 공동대기설비 △공동실험실 △기숙사·근로자 편의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

입주한 120개 조합원사는 이 기반 위에서 안전·품질·생산성 세 가지 가치를 동시에 실현하고 있다. 이영규 이사장은 “표면처리 산업의 집적화는 단순한 비용 절감 차원을 넘어 산업 기반을 지키는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조합은 공동기반시설 구축을 넘어 스마트제조 기술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 이사장은 “표면처리 산업의 변화는 곧 제조업 경쟁력의 변화”라며 “ 지금 혁신하지 않으면 산업 전반이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집적화 전략으로 경쟁력 강화

스마트 시스템 도입, 생산성↑

정부·공공기관 지원 적극 활용

폐수 재활용 등 친환경도 가속

이에 따라 조합은 지난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스마트제조 지원강화사업(클러스터형)’에 참여해 스마트 제조혁신을 통한 산업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핵심은 표면처리 스마트 시스템 구축이다. 이 시스템은 △도금조 약품 온도 실시간 감시 및 원격제어 △정류기 전력 사용량 데이터 저장·분석 △스케줄 제어를 통한 에너지 최적화 △AI 기반 설비 이상 사전 알림 등의 기능을 갖췄다.

이전까지 숙련자의 경험에 의존하던 공정을 데이터 기반으로 정량화·표준화한 것이 가장 큰 변화다. 실제로 조합원사 ‘원다이아’는 시스템 도입 이후 생산성이 약 17% 향상되고 재작업률이 5%에서 1.64%로 낮아지는 성과를 거뒀다.

이영규 인천표면처리조합 이사장은 정부·공공기관 지원사업을 활용해 공동기반시설 구축과 스마트제조 기술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이영규 인천표면처리조합 이사장은 정부·공공기관 지원사업을 활용해 공동기반시설 구축과 스마트제조 기술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이 이사장은 “단순 자동화 수준을 넘어 데이터 기반 생산체계를 갖추는 것이 목표”라며 “이를 통해 작업자의 안전을 강화하고 사고 위험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육안 검사 중심의 공정이 자동화되면서 불량 검출 정확도가 향상되고 품질 편차가 줄어들었다”며 “작업자 숙련도에 따라 달라지던 공정 조건을 데이터 기반으로 표준화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조합은 다양한 정부·공공기관 지원사업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3년 전에는 소진공(15억원), 인천시(7억 5000만원), 서구(7억 500만원) 등 총 30억원의 지원을 받아 공동기반 시설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대기오염 측정 △근로자 작업환경 측정 △수질분석 △도금액 분석 등을 조합원사들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게 했다.

또한 노후화된 폐수처리장의 슬러지 착유기를 한전 지원금 18억원을 활용, 교체해 매달 약 3000만원의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클린환경 조성해 전기료 절감

지난해에는 소진공의 소공인 클린제조환경조성 사업을 통해 1개사당 4200만원씩 19개 업체가 지원받아 설비 개선과 전기 절감 효과를 거뒀다. 올해에도 같은 사업을 통해 업체당 500만원의 지원을 받아 소방·전기안전·IoT(사물인터넷) 시스템 설치비를 충당하고 있으며, 인천시 지원금과 자부담을 더해 안정적으로 운영 중이다.

조합은 중기중앙회의 지원으로 공동안전관리자 2명과 전문인력 1명을 채용해 조합원사 지원을 강화했으며, 동부화재 환경책임보험 사업단로부터 1억원을 지원받아 안전보호구 장비를 구비했다.

앞으로 조합은 폐수처리 후 방류수를 정수 처리해 재활용하는 순환형 폐수 재이용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20억원 규모의 정부 지원사업에 신청할 예정이며, 사업이 진행되면 폐수처리비의 절반가량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이사장은 “표면처리 산업은 제조업의 뿌리이며, 스마트 제조혁신은 생존전략”이라며 “데이터 기반의 공동사업을 통해 조합원사가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집적화를 넘어 스마트화, 그리고 데이터 기반 공동성장으로 나아가는 인천표면처리조합의 도전은 대한민국 제조업의 미래 경쟁력을 재정의하는 실험으로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