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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공정한 관리위한 ‘위원회 시스템’이 지속성장 원동력

중소기업협동조합은 개별기업의 한계를 넘어 공동 협력의 길을 개척해왔다. 이들 중에는 한때 존립의 위기에 처했지만 혁신과 도전으로 재도약에 성공한 조합들이 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며 업계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협동조합들의 생존전략과 미래 비전을 <중소기업뉴스>가 전한다.

한국주택가구협동조합 관계자가 조합원사의 품질 경쟁력 강화를 뒷받침하는 시험연구원의 주요 시설과 장비를 설명하고 있다. 	[황정아 기자]
한국주택가구협동조합 관계자가 조합원사의 품질 경쟁력 강화를 뒷받침하는 시험연구원의 주요 시설과 장비를 설명하고 있다. [황정아 기자]

1980년대 후반 대규모 아파트 공급 가속화와 2006년 단체수의계약제도 폐지 등 가구 산업을 둘러싼 대외 환경은 격변의 연속이었다. 시장의 표준화 흐름을 따라가지 못해 조합원사의 절반이 이탈하고, 수의계약이라는 울타리가 사라지는 존립의 위기 속에서도 한국주택가구협동조합(당시 싱크조합)은 좌절 대신 체질 개선을 선택했다. 당시 조합은 ‘공업진흥청 단체표준 인증 1호 기관’으로 등록하며 발 빠르게 대응했다.
 

독립 위원회, 갈등·채권 리스크 차단

과거의 관성을 과감히 탈피하고 공동구매, 품질 인증, 하자 검사 등 핵심 사업을 철저한 ‘시스템 중심’으로 재편하며 재도약에 성공한 한국주택가구협동조합. 그 중심에서 조합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온 박성진 이사장은 “위기일수록 조합이 조합원사에게 어떤 명확한 이익과 가치를 줄 수 있는지 냉철하게 고민해야 했다”고 회상한다.

주택가구조합이 거둔 주요 성과 중 하나는 리스크와 사적 갈등을 차단한 공동구매 및 여신 관리 시스템의 정착이다. 협동조합의 공동구매 사업은 외상 매출채권 관리나 조합원사 간 이해관계 충돌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다.

주택가구조합은 이를 막기 위해 이사장과 전무이사가 여신 판정 및 사업 의사결정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 견제 시스템을 구축했다. 외부 감사, 자재 공급 조합원사 대표, 중기중앙회 담당 부장, 주거래 은행 지점장 등으로 구성된 ‘여신관리위원회’와 ‘인증위원회’를 운영해 의사결정의 투명성을 높였다. 여신 한도와 외상 공급, 인증 승인 및 정지 여부는 규정에 따라 위원회가 결정한다.

실제 과거 이사장 재임 업체에서 부도가 발생했을 때도 사전 담보 관리와 지급보증서 시스템을 통해 조합의 채권 손실을 막을 수 있었다. 박 이사장은 “이사장이나 임원이 개인적 인정을 이유로 여신을 늘려주거나 특혜를 줄 수 없는 구조를 만들어 놓았기에 조합 경영의 신뢰도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공동구매 사업의 수수료율은 2% 미만으로 제한하고, 전담 인력 1명과 전무이사가 사업을 관리하는 효율적인 구조를 갖췄다. 2004년 국내 최대 목재 전문기업인 동화기업과 대리점 계약을 체결한 이후 공동구매를 확대해 2008년에는 매출 540억원, 수수료 수입 10억8000만원을 기록했다.

 

시험연구원 투자로 경쟁력 확보

공동구매와 더불어 조합의 또 다른 축은 자체 시험연구원과 전문화된 인증·검사 체계다. 조합은 2005년부터 2012년까지 매년 5억원씩 총 40억원을 시험연구원에 투자하며 역학시험장비와 화학시험장비 등을 갖췄다. 이를 기반으로 국제공인시험기관(KOLAS) 인정기관으로 자리 잡으며 조합원사와 가구업체의 시험·검사 수요에 대응했다.

LH·SH공사 등 주요 발주처의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완제품·원자재·표면재 품목별 투어를 진행하고, 하자 진단 교육 및 원가 견적, 설계 도면 지원까지 전방위 지원 체계를 구축했다. 그 결과 발주처 계약서에 ‘한국주택가구협동조합의 우수 제품 확인서 제출’이 명기될 정도로 조합의 품질 검사 역량을 높였다.

동시에 건설 경기 침체로 완제품 시험 의뢰가 줄어들 것에 대비해 부품·소재 업체들과 고부가가치 친환경 자재를 공동 개발하고 대형 건설사 지정 전문 시험기관들과 협약을 체결했다. 무기질 마감재, 반려동물 전용 가구 자재 등 신시장을 개척하며 R&D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반려견용 가구 개발 및 표준 제정’, ‘AI 기능을 적용한 재단공정 품질검사 방안’ 등의 연구과제를 수행하고 있으며, 치장무기질 패널·아크릴 시트·레이저 엣지 등 신소재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이렇게 발생한 수익은 조합원사에 환원된다. 무임승차를 방지하기 위해 출자금 보유 비중보다 공동구매, R&D, 시험·인증 등 조합 사업에 적극 참여한 ‘사업 이용자’에게 배당금의 80%를 배분하는 가중치 배당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박성진 이사장은 협동조합이 개별 기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속 성장하기 위한 궁극적인 동력으로 ‘우수한 인재’를 강조한다. 개별 기업 직원보다 뛰어난 업무 역량과 전문성, 협동조합에 대한 철학을 가진 임직원이 있어야 조합원들을 설득하고 새로운 비전을 실행할 수 있다는 지론이다.

 

전문 인재 확보가 재도약 발판

박성진 이사장은 투명한 시스템과 우수한 인재가 조합의 재도약을 이끈다고 강조했다.
박성진 이사장은 투명한 시스템과 우수한 인재가 조합의 재도약을 이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주택가구조합은 대기업 출신 전문인력과 주요 가구 기업의 인재들을 영입해 전문성을 강화했다. 신임 임원이나 신규 입사자가 들어오면 직접 ‘협동조합의 이해와 임직원의 역할’을 주제로 교육하며 철학을 공유하고 있다. 신설 조합의 안착을 위해서도 단체 교육보다 ‘1대1 멘토링’ 형태의 실무 교육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조합원의 역량과 사업 아이템이라는 아무리 좋은 구슬이 서 말이라도 이를 보석으로 꿰어내는 것은 결국 전문성을 갖춘 조합의 인재입니다. 투명한 시스템 위에 제대로 된 인재가 뛸 때, 위기는 조합의 가장 강력한 재도약 발판이 됩니다.”

사적 이익을 차단한 투명한 위원회 시스템과 발주처를 사로잡은 업무 전문성, 그리고 사람 중심의 혁신을 이뤄낸 한국주택가구협동조합. 단체수의계약제도 폐지 이후 공동구매와 시험연구원에 집중하고, 단체표준·인증·R&D로 사업영역을 넓힌 전략은 불확실성의 시대를 지나고 있는 중소기업협동조합에 하나의 성장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