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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통관 사업 끊기자 조합원사 해외진출 도우미로 새 활로
- 등록일
- 2026.10.12
중소기업협동조합은 개별기업의 한계를 넘어 공동 협력의 길을 개척해왔다. 이들 중에는 한때 존립의 위기에 처했지만 혁신과 도전으로 재도약에 성공한 조합들이 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며 업계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협동조합들의 생존전략과 미래 비전을 <중소기업뉴스>가 전한다.
![한국의료기기협동조합은 해외 전시회 참가와 공동 마케팅을 통해 조합원사의 판로 개척을 지원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9월 9~11일 싱가포르 ‘메디컬 페어 아시아 2026’에 마련된 의료기기조합의 ‘K-AI 메디칼 특별관’에 참가한 조합원사 관계자가 제품을 설명하는 모습. [한국의료기기협동조합]](/download.do?fleDwnDs=newsImage&seq=3121&saveFle=http://www.kbiznews.co.kr/news/photo/202610/114949_77969_380.jpg)
2002년 한국의료기기협동조합은 설립 이후 가장 큰 위기를 맞았다. 핵심 수입원이자 주요 업무였던 ‘표준통관예정보고’ 대행 업무가 외부로 이관되면서 재정 기반이 크게 흔들렸기 때문이다. 조합 안팎에서는 존립 자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조합은 단순한 비용 절감보다 기존의 행정 대행 중심 사업구조를 조합원사 성장 지원 중심으로 전환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후 해외 진출과 인허가, 규제 대응, 전문인력 양성 등 개별 기업이 대응하기 어려운 분야를 공동사업으로 확대하며 새로운 사업 기반을 마련했다.
“현장 중심으로 사업구조 전환”
이영규 의료기기조합 이사장은 당시 위기를 계기로 조합의 역할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 이사장은 “의료기기 산업은 소량 다품목 생산과 엄격한 인허가가 필요한 중소기업 중심 산업”이라며 “개별 기업이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해외 규제와 진입장벽을 조합이 공동의 힘으로 낮춰주는 역할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조합은 단순 행정 지원에서 벗어나 현지 인허가와 품목 등록, 바이어 발굴, 전시회 참가 등 수출 과정 전반을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대표적인 사업이 해외 거점 구축이다. 조합은 2013년부터 베트남 호치민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해외센터를 설치하고 전담인력을 배치했다. 이를 통해 매년 100여개 기업과 상담하고, 10~20개 기업의 현지 인허가와 품목 등록을 지원하고 있다.
공동 마케팅으로 해외 판로 확대

해외 전시회를 활용한 공동 마케팅도 조합의 주요 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조합은 국내 최대 의료기기 전시회인 KIMES를 비롯해 독일 MEDICA, 중동 WHX 두바이, 중국 CMEF 등 매년 10여개 글로벌 전시회에서 ‘한국관’을 운영하고 있다.
개별 기업이 해외 전시회에 참가할 때 발생하는 비용과 인력 부담을 줄이고 바이어 발굴부터 상담과 사후관리까지 연계해 중소 의료기기업체의 해외시장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최근 조합이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국내외 규제 대응과 비용 절감이다. 의료기기 제조사는 제품의 원자재나 부품을 변경할 경우 안전성과 동등성을 입증하기 위한 시험을 거쳐야 한다.
이 이사장은 “원자재 하나를 대체하려 해도 생물학적 시험에만 18개월이 걸리고 비용은 2억원에 육박한다”며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부담하기에는 비용과 시간이 크다”고 말했다.
조합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원자재 변경에 따른 시험검사 절차 합리화를 건의하는 한편, 생물학적 시험 데이터를 축적해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향후 자체 공인시험기관을 설립하고 대기업 원자재 공동구매와 공동 검증 데이터를 활용해 조합원사의 시험 부담을 줄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감염성·침습성 의료용 폐기물에 부과되는 폐기물부담금 면제 대상 확대 등 현장에서 불합리하다고 지적되는 제도 개선을 위해 관계 부처와의 협의도 이어가고 있다.
MDR 등 규제 대응 인력 양성
해외 수출 지원과 함께 의료기기 규제 대응 역량을 높이는 인력 양성도 강화하고 있다. 유럽 의료기기 규정(MDR) 등 국가별 규제가 강화되면서 인허가와 품질관리 전문인력 확보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조합은 고용노동부 사업을 통해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기반으로 생산·R&D·인허가·품질관리 등 4개 분야의 재직자 맞춤형 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매년 1000여명의 업계 재직자가 교육에 참여하며 현장에서 필요한 실무역량을 높이고 있다. AI·의료로봇·디지털 헬스케어 등 첨단기술과 의료기기의 융합이 확대되는 만큼 신기술 관련 규제와 품질관리 역량을 갖춘 인력 양성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의료기기 단체, 조합 중심 통합 필요”
조합은 의료기기산업의 공동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도 요구하고 있다. 여러 협·단체로 산업계의 목소리가 나눠 있는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관련 단체를 분과위원회 형태로 통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주무관청 인가와 관련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이 이사장의 설명이다. 현재 조합은 보건복지부 인가 단체인 반면 의료기기 제조업체의 인허가와 규제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담당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개별 협·단체로 나눠 있으면 규제 당국과 소통할 때 산업계의 목소리가 분산될 수밖에 없다”며 “복지부와 식약처를 복수 주무관청으로 인정하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다면 협동조합 중심으로 산업계의 공동 대응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2년 핵심 수입원 상실로 존립 위기에 직면했던 의료기기조합은 행정 대행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조합원사 성장 지원 중심으로 역할을 전환했다. 해외 거점 구축과 공동 마케팅, 규제 대응 인력 양성, 원자재·시험 인프라 구축 등 공동사업을 확대하며 조합원사의 해외시장 진출과 경영 부담 완화를 지원하고 있다.
앞으로도 조합은 개별 기업이 대응하기 어려운 해외 규제와 시장 변화에 공동으로 대응하면서 의료기기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역할을 강화할 계획이다.